읽게 된 이유
어쩐지 집에 상실의 시대라는 책이 있다. 표지가 구리다. 구린표지로 읽기 싫었지만 꽤 많이 들어본 책이다.. 또, 책 제목 보다 더 많이 들어본 작가 이름이 적혀있다. 어디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요즘, 우연히 발견한 상실의 시대를 통해 다시 한번 책에 흥미를 붙여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 끝에 있는 게 아니라, 삶 속에 내재해 있는 거다.’
이 문장은 주인공 와타나베가 친구 기즈키의 자살 이후 깨닫게 된 삶의 진리다. 이후 나오코의 죽음을 통해 와타나베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은 그 어떤 진리로도 치유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기즈키의 자살 전까지 와타나베는 단지 마음 한구석에 멍이 들어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즈키의 죽음이라는 큰 사건 이후, 와타나베는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지만 고칠 수 없는 불치병에 걸린 듯한 사람이 되고 만다. 그의 내면엔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그 상처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된다. 대신, 어딘가 결여된 듯한 사람들에게만 친근함을 느끼고 그들에게 다가간다.
기즈키, 나오코, 레이코, 미도리, 미도리의 아버지, 나가사와 선배, 그리고 하쓰미까지. 이들은 모두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와타나베는 이들에게만 다가가며 자신의 고독을 위로받으려 한다.
왜 와타나베는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저주받은 삶을 살게 되었을까?
책을 읽으며 답을 찾지 못했지만, 작품 해설을 통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삼각관계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 처음엔 기즈키, 와타나베, 나오코
- 그 뒤, 와타나베, 나오코, 미도리
하지만 이 삼각관계는 단순히 선택과 상실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 관계였다. 이런 구조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와타나베는 항상 고독했고, 외로웠으며, 아팠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진 않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상처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해 줬다. 나오코의 죽음 이후 와타나베 역시 스스로를 버릴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는 목적 없는 여행을 떠나 방황하며,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나오코를 계속해서 만나려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와타나베는 답답한 인물이다.
그는 자살한 사람들의 선택에 책임이 없으면서도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짐을 짊어지려 한다. 이런 모습은 답답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나 역시 때로는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니까.
이 책을 통해 나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아픔을 느꼈다. 그 아픔은 공허함이라고 생각한다.
- 기즈키의 죽음
- 나오코의 죽음
- 하쓰미의 죽음
이 모든 죽음을 통해 느낀 감정은 설명하기 힘든 공허함이었다.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명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이 책을 한두 번 더 읽으면 조금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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